[기자수첩] 이태원 참사의 기록... 착각 빠진 尹 정부 인사들

이태훈 | 기사입력 2022/11/04 [14:18]

[기자수첩] 이태원 참사의 기록... 착각 빠진 尹 정부 인사들

이태훈 | 입력 : 2022/11/04 [14:18]

[국회 = 인디포커스] 이태훈 기자 =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지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2022년의 대한민국, 그것도 수도 서울의 한복판 이태원에서 이런 끔찍한 참사가 벌어지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슬퍼하며 애도했고, 이와 함께 진상규명과 책임소재를 가리는 작업들이 착수되었다. 지자체의 현장 통제 소홀과 경찰의 초기 신고 대응 미흡, 제도 미비 등 밝혀진 문제점은 많았다.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관련자들은 차례로 고개를 숙였다.

 

정확히 말하면 '고개만' 숙였다. 참사가 발생한지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지만 누구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 오히려 애도와 수습을 핑계로 사퇴 질문을 회피하는 장관이 있는가하면, 조직에서 수행한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하는 청장의 입에선 1선 경찰관들을 탓하는 듯한 발언까지 나오는 '촌극'이 벌어졌다.

 

아래의 글은 본 기자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 근 일주일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풀어낸 내용이다.

 

□ 그날의 이태원

 

▲ 지난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사고현장. 현재 현장의 경찰의 통제로 보존되어 있다.  © 권병창 기자

 

당일 현장에 없던 기자는, 좀 더 또렷한 현장의 충격을 실감하기 위해 수소문했다. 지인들 중 사고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을 담아본다.

 

대학생 S씨(남 / 25세)는 "저녁 8시 쯤 이태원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식사도 제대로 못 할 지경이어서 삼각지 역 부근으로 이동했다"며 "지하철 이용 인파도 감당이 안되는 수준이어서 밤 10시 30분쯤 걸어서 이태원역 부근으로 이동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해밀턴 호텔 부근으로 이동하던 그는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다고 했다. 한눈에 보아도 많은 수의 앰뷸런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이태원역 부근에 모여들었다는 것이다. S씨는 "창백하게 누워있는 사람들에게 CPR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봤다"며 "그 순간 '아,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어 곧장 자리를 피했다"고 회상했다.

 

공익근무요원 K씨(남 / 24세)는 "참사가 났던 골목이 아니라, 당시 바로 옆 골목에 있었다"며 "그 골목에 내가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헌데 그는 당시 이태원 현장이 조금 이상했다고 밝혔다. K씨는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해 '크리스마스의 명동', '신년의 홍대' 같이 소위 '핫 플레이스'를 많이 다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통제가 안되는 현장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경찰의 수가 딱 봐도 부족해보였다. 차량 통제만 하는 수준이었다"며 "(부족한) 경찰 수도 좀 늘리고, 일방통행이나 가이드라인 정도의 조치만 해 놨다면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 추모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날' 이후의 이태원

 

▲ 지난달 3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인근의 모습. 아직 일과시간임에도 불구, 수많은 시민이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 이태훈 기자

 

전국 각지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31일, 본 기자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 위치한 분향소에 다녀왔다. 아직 일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그날의 참사를 슬퍼하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H대학의 점퍼를 입고 모인 학생들, 공부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타지로 온 외국인들, 현장을 기억하기 위해 연신 핸드폰 카메라를 눌러대는 어르신까지. 그 중에서도 흰 소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한 시민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의 손에는 '얘들아 미안하다'는 글귀가 적힌 팻말이 들려 있었다.

 

헌화를 위해 줄을 섰다. 주최 측에서 전달한 국화를 받아, 한 칸씩 한 칸씩 앞으로 이동했다. 헌화와 짧은 묵념을 마치고 나섰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를 않았다.

 

▲ 지난달 31일 이태원 1번출구 앞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거름이 끊이질 않았다.  © 이태훈 기자

 

이후 참사 현장으로 이동했다. 참사가 발생한 좁은 골목길은 현장 보존을 위해 경찰이 통제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국내 · 외신 언론들이 프레스라인을 형성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참사 현장 반대편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얼핏 부산해보일 수 있지만, 닫힌 가게들과 모두의 얼굴에 드리운 무거운 그림자는 현장의 침묵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만이 그곳의 침묵을 깨고 있었다. 시민들이 헌화한 수많은 국화와 손편지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번 참사를 무겁고, 또 슬프게 느끼고 있는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 착각에 빠진 사람들

 

긴박했던 현장, 그리고 애타는 국민들의 마음과 달리 사태를 수습하고 책임져야 할 정부의 행보는 분명 실망스럽다.

 

이들의 역할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 어떤 부분에서 문제점이 있었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먼저 이번 참사와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처신에는 문제가 많아보인다. 그는 참사 수습과정에서 여러가지 '구설수'를 쏟아내며 정치권은 물론 여론의 질타를 한 몸에 받았다. 국가 안전을 총 책임하는 주무부처의 장관이 할 수 있는 말들이 도저히 아니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한 술 더 떴다. 윤 청장은 1일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참사 당시)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다"는 말과 함께 사과했다. 그의 사과 방식은 참사의 책임을 현장으로 돌려 '자신은 어떻게든 면피하겠다'는 뜻이 기저에 깔려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참사 당일 현장 지휘관의 긴급한 지원 요청과 1선에서 목놓아 외치는 부족한 인력 충원, 이 모든 것을 묵살한 것은 누구인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억장이 무너져야 할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신 기자들과의 참사 브리핑 자리에서 믿을 수 없는 농담을 건네며 오히려 국민들의 억장을 무너뜨렸다. 국민들의 분노를 몰고 온 한 총리의 후속 조치는 '보도자료를 통한 사과'가 전부였다. 이들의 행보는 자신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또 참사 수습에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자신들이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 망각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은 무엇을 망설이는 것일까. 혹, 자신이 임명한 공직자를 파면하는 것이 불편하여 결단을 미루는 것이라면 지금이야말로 '읍참마속'의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제34조 6항의 내용이다. 헌법 수호에 일선에 대통령이 있어야 함을 인정한다면,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하는 사람도 대통령인 것을 인지한다면, 어느 때보다 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메일 : xo95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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