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의 영화100년사] 한국영화100년, 초창기영화는 조선영화인가?

안태근 | 기사입력 2021/10/16 [09:13]

[안태근의 영화100년사] 한국영화100년, 초창기영화는 조선영화인가?

안태근 | 입력 : 2021/10/16 [09:13]

▲ 안태근(문화콘텐츠학 박사/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인디포커스

 

 

[인디포커스/논설위원]우리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치욕의 세월이 있다. 바로 일제강점기이다. 고종과 민비의 무능한 통치 결과 유례없는 국가 해체의 결과를 맞았다. 왕족들은 일제의 거대한 보상을 받고 일본의 귀족이 된다. 친일파들 역시 거대 토지를 하사받고 귀족이 되었다. 나라가 통째로 일제에 넘어가며 일어난 일이다.

 

 

18971012, 원구단에서 대한제국이 선포되었다. 그로부터 13년 후인 1910827, 이제 막 탄생한 나라는 사라지고 일제의 한 지역으로 전락했다. 조선이나 대한제국이란 호칭은 한반도에 있었던 미개국이었고 이제 한반도의 백성들은 일제의 신민으로 재탄생한다지만 그것은 그들의 노예가 된다는 의미였다. 그들은 백성들을 조선의 백성이란 뜻으로 조선인이라고 불렀다.

 

 

그런 치욕의 역사 시기를 살았던 안중근 의사는 190910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하고 1910326일 순국하기 전까지 자신을 찾아와 유묵을 부탁했던 일본인들에게 한 점의 글을 써주며 항상 대한국인 안중근이라는 서명을 해주었다. 그것은 스스로 조선인이 아닌 대한제국의 백성이라는 뜻에서 써준 글이다. 대한국인 안중근이라는 글에는 얼마나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는지를 느끼게 하는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

 

  © 인디포커스

 

일제강점기 조선이라 단어는 일제가 자신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조선인, 조센징이란 단어에는 너희가 무얼 할 수 있냐?”는 비하의 뜻이 담겨있다. 그들이 정리한 한국사는 피폐한 나라의 역사이고 한국은 망할 수밖에 없었던 나라였다. 일본제국은 그런 조선을 보다 발전된 나리로 만들기 위해 병합했다는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되었다. 일제강점기 후 한국인들은 그들이 정리한대로 정리한 그들 시각의 역사교육을 받으며 정신적으로 철저히 유린되었고 그들의 노예로 살게 되었다. 이러한 친일사관의 역사는 광복 후에도 친일 사학자들에게 계승되어 지금도 여러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패망국의 역사는 짓밟히고 뭉개져 치욕의 역사로 기록된다. 반만 년을 이어온 한국의 역사는 일제에 의해 깡그리 변조되며 왜곡되었다. 이성계에 의해 개국한 조선은 일제에게 이씨 왕가로 격하되며 이씨들의 나라로 전락했다. 그리고 조선인들로 폄하된 온 백성들은 그런 나라의 후손으로서 대오각성하며 살아야 한다며 조선인이란 호칭을 멍에처럼 짊어지고 살았다. 그것은 일제에 의해 쓰인 주홍글씨였다.

 

 

그래서 필자는 일제강점기 당시에 일본인들의 간교한 술책이 깃든 여러 가지 중에서도 그들이 사용한 조선이란 말은 한국으로 고쳐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유명사인 조선은행, 조선척식주식회사 등은 고칠 수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조선이라고 부르며 차별했던 용어들은 고쳐 불러야 한다. 따라서 조선영화는 한국영화로 고쳐 써야 한다. 영화 역사 역시도 그네들이 부르던 조선영화사가 아닌 한국영화사이다. 그래서 한국영화100년이 되는 것이다.

 

 

한국영화사는 안종화, 노만, 김종혁, 이영일 등 여러 연구자들이 시작하여 초창기에는 한국영화사라는 공통어가 사용되어왔다. 그런데 어느 날 신진 영화연구가들이 조선영화라는 말을 사용하며 일제강점기의 한국영화가 조선영화로 변질되었다. 아울러 한국영화 역사도 조선영화사가 되었다. 일제강점기 당시에 조선영화로 불리었으니까 조선영화로 부르겠다는 무책임한 일이 버젓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아무런 고민 없이 진행되며 필자 역시도 그러한 선배들의 용어를 당연시하여 사용하였다. 부끄러운 시절의 이야기이다.

 

 

내가 잘못된 것을 인식한 것은 2001, 나의 한국외대 대학원의 석사논문 일제강점기의 상해파 조선영화인 연구라는 논문을 완성하고서이다. 당시에 조선영화라는 호칭을 아무렇지 않게 간과하고 논문이 통과되고 인쇄에 들어갔다. 그리고 주변에 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의문 제기를 하는 이가 있었다. 논문이 생명성을 갖고 있으려면 조선을 한국으로 고치는 게 좋을 듯하다는 것이었다. 잘못된 용어라는 이의 제기에 따라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은 그렇게 불렸어도 한국이라는 용어로 고쳐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제강점기 용어인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고쳐 사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후 다시 인쇄하여 논문은 일제강점기의 상해파 한국영화인 연구로 배포되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잘한 결정이었고 향후 누구라도 이와 같은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연구자들이나 한국영상자료원의 출간서적들은 조선영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조선영화라는 용어는 현재 북한영화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도 일제강점기의 한국영화를 조선영화로 부르는 시대착오적인 일이 아무런 제약 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영화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역사학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정리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문화콘텐츠 유사 장르에는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일일 수도 있다. 어서 빨리 고쳐졌으면 하는 용어가 많겠지만 영화계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용되는 조선영화라는 용어는 빨리 근절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메일 : khh93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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